ALM 선교통신 38호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주님의 평강이 모든 분들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

필리핀에서도 봄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봄이 없는 나라라 그 봄소식을 드릴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오늘은 다소 무거운 선교 소식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아 더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딸라에서 사역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렉스(Rex)전도사와 버나(Verna)전도사가 선교 사역을 너무도 잘 감당해 주고 있어서 이제는 그 젊은 목회자들이 마음껏 목회할 수 있도록 개척 선교사는 딸라로부터 조용한 퇴장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선교사의 발목을 잡는 몇 가지 일들이 생겼습니다. 소리 없이 집을 떠나는 아이들, 남편의 무관심과 외도 때문에 울고 있는 자매들 그리고 아직 뿌리를 든든히 내리지 못한 장애인 선교가 그것들이었습니다.

사라지는 아이들
매주 예배에 잘 나오던 아이들이 하나 둘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요 녀석이 결석을 했어. 흠... 다음 주에 오면 혼을 내줘야겠구먼.”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주, 그리고 다시 그 다음 주에도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주변 친구들은 “그 친구, 딸라를 떠났어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생들 학비를 벌기 위해서 어떤 친구는 식모로 갔고, 어떤 친구는 슬리퍼 공장으로 갔고, 어떤 친구는 건축 공사장으로 갔고, 어떤 친구는 하역장 짐꾼으로 일하기 위해서 집을 떠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사도 없이 떠났습니다. 괘씸한 생각보다는 어린 것들이 얼마나 아픈 가슴을 안고 떠났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해주고 싶었던 일들이 너무 많았었는데... 더 베풀어 주지 못한 죄책감과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지금도 선교사의 가슴은 무거운 바위 밑에 짓눌려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앉아 있었던 의자들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면 두 손을 벌리고 밝게 웃으며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딸라에 더 머물러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울고 있는 자매들
가정교회 사역을 할 때, 예배를 마친 후, 항상 서로를 위해서 중보하는 기도 시간이 있습니다. 그때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닦으며 남편을 위해서 기도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고는 합니다. 딸라의 남자들. 아내들에게 많이 많이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제퍼슨 어린이의 가정을 예로 들어봅니다. 남편은 한센인(나환자)입니다. 엄마는 한센인이 아닙니다. 남편은 직업이 없습니다. 첫째, 둘째는 딸들입니다. 6살 된 막내 아들 제퍼슨은 뇌수종 환자로 24시간 엄마의 간호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머리가 너무 무거워 엄마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엄마가 지금 임신 7개월이 되었습니다. 어린 제퍼슨이 우유가 너무 먹고 싶다고 해서 우유를 사서 집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엄마는 무거운 배를 잡고 땅바닥에 놓인 작은 화로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후후” 바람을 불고 있었습니다. 곧 쓰러질 것 같은 판잣집에는 가스렌즈 하나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방 안에 누워 딩굴딩굴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목사님 오셨어요. 일어나세요.”라고 했지만, 남편은 오히려 등을 휙 돌리고 자는 척을 했습니다. 그때 아내 아린(Arlene)은 오랫동안 울음을 참고 있었던 사람처럼 땅에 주저앉아 소리 내어 통곡했습니다. 막내 제퍼슨을 24시간 간호해야 하는 아내가 2개월 후에 아기를 낳으면 도대체 어떻게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살라는 것인지. 그래서 아내는 통곡했습니다. 딸라의 자매들이 그렇게 웁니다. 이것이 딸라에 더 머물러야 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자매들을 위해서, 변화가 필요한 형제들을 위해서 회복 사역과 가정 사역이 딸라에 절실히 필요함을 절감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교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 당장 시작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가정 세우기 사역]을 속히 시작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합니다.

장애인 사역
장애인 사역은 딸라에 있는 장애인 실태 조사를 실시하다가 갑자기 준비 없이 시작했던 사역이었습니다. 작년 11월 11일. 첫 번째 장애인 선교 예배를 드렸을 때 출석했던 장애인들은 약 7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12월에는 60명, 올해 1월에는 40명, 그리고 지난 2월에는 20명 선으로 줄었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합동 예배만 있고, 각 장애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다운증후군, 뇌성마비, 기타 장애인) 별로 별도의 전문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선교에 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이 선교사에게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한국 밀알선교단 단장 이민우목사님께 도움을 긴급히 요청했습니다. 좋은 자료들을 보내주시는 대로 자원봉사자를 훈련시켜서 장애인 선교가 다시 본궤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소외된 장애우들에게 복음이 전파되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장애인 선교가 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벅찬 준비들을 위한 기도 요청
선교사에게 있는 큰 숙제와 부담감은 교육과 훈련 교재들을 영어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필리핀에는 기독교 문서 선교가 매우 미흡한 편입니다. 필리핀 기독교 서점에 가도 교육과 훈련에 관련된 서적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훈련 교재들이 선교사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가정교회와 병원선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훈련교재, 신학생 훈련교재, 평신도신학교 (두란노성경학교) 훈련 교재들이 전부 선교사의 손에서 제작이 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위에서 언급한 [가정 회복 사역]에 필요한 훈련 교재까지 제작을 시작하게 되면 1주일 내내 책과 씨름을 해야만 합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큰 사역이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업무입니다. 현재 웹사이트에 올려 지고 있는 모든 자료들이 선교사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선교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다보니 웹사이트 업데이트 관리까지 도저히 손이 미치지 못해 신속한 선교 소식을 전해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매일 매일 선교회 웹사이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신속한 업데이트를 올리지 못하는 점 깊은 양해가 있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모든 사역들이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 속에서 힘차게 진행이 되고 많은 복음의 결실을 얻어 하나님께 더 큰 영광을 돌릴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보내주시는 기도와 후원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