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2011년 선교 비전

◉ 필리핀의 변화
필리핀 인구 증가율은 2008년 1.99%, 2009년 1.98%, 2010년 1,96%에 이른다. 3년 연속 모두 2% 선에 가깝다. 현재 필리핀의 인구는 세계 12위로 약 9,870만명이다. (2010년 7월 현재) 따라서 년 2% 인구 증가란 매년 약 200만명이 태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대단한 인구 팽창이다. 반면 필리핀 한센인의 인구는 소폭 감소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곧 1억 인구를 돌파하게 되는 필리핀 상황에서 감소하고 있는 한센인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해변의 모래알처럼 더 깊이 파묻힐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센인을 향한 필리핀 정부의 냉냉한 변화는 한센인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수 십 년 동안 정부 관리로 유지되어 왔던 전국 8개 한센병원들은 현재 일반병원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 한센병은 환자들을 격리해서 치료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보급된 한센병 치료제 “MDT”(Multi Drug Treatment)의 탁월한 효능으로 이제는 집에서 약을 먹으며 한센병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이 현재 한센병원들이 일반병원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딸라 한센병원만 보더라도 과거 1,000명이 넘었던 한센병 입원 환자들이 3년 전에는 약 200명으로 감소했고, 현재는 약 100명으로 감소되었다. 한센병 환자들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입원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 있는 100명의 한센병 환자들도 곧 병원으로부터 퇴원 조치를 당하게 될지 모른다.

◉ 딸라(Tala)의 변화
1940년 필리핀 정부는 수도 마닐라 외곽에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딸라(Tala)에 약 40만평을 특별 구역으로 잘라 놓았다. 그 당시에는 아주 외진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 딸라는 마치 벌집처럼 조밀조밀한 마을이 되었다. 딸라한센병원이 일반종합병원으로 바뀌고 있듯이, 딸라 역시 한센인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대거 전입해 들어옴으로써 일반 주택 단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돈 있는 외부인들이 딸라의 집들을 하나 둘 구입해가고 있고, 그들에 의해서 허름한 판잣집들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2층, 3층 새 콘크리트 주택들이 하나 둘 세워지고 있다. 행정 구역 상 딸라는 마닐라 수도권 안에 있다. 즉 수도권의 팽창으로 딸라는 이제 더 이상 마닐라 언저리에 숨겨져 있는 한센 마을이 아니라, 마닐라 중심부 속에 반짝이는 땅으로 들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탈바꿈 속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바로 한센인과 그 가족들이다. 수입은 점점 줄고, 지출은 점점 늘고, 생활은 점점 쪼들리고, 치고 들어오는 외부인들의 거세는 한센인들에게 상대적 빈곤감을 더 크게 느끼도록 하고 있다. 특별히 수도 마닐라에 사는 딸라 한센인들은 시골에 사는 한센인들보다 훨씬 더 빈곤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도시에서는 바나나 하나라도 사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처럼 의식주 문제가 충분히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도시 한센인들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는 한다. 그래서 순수함 보다는 기회주의에 먼저 동물적 반응을 보이고, 의리보다는 눈앞에 놓인 당장의 이익에 먼저 손이 가고는 한다.

◉ 딸라(Tala)의 아이들
한센 자녀들은 그러한 가난의 대물림 속에서 배움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 각 가정마다 평균 7명의 자녀들을 둔 가정들이 많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중퇴하는 자녀들이 한 가정에 평균 2-3명이 된다. 동생이 1학년에 입학하면 첫째 혹은 둘째는 자동적으로 한 해, 두해를 쉬고는 한다. 1년 학비는 미화 20불 (한화 2만원) 정도이지만, 입학 후 교복, 신발, 학용품들을 준비해 줄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딸라 마비니(Mabini) 초등학교의 상황은 필리핀 교육의 한 단면을 잘 말해주고 있다. 오래된 건물 몇 개 안에 총 교실 수는 37개이다. 그러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학생은 약 4,500명이다. 교사는 총 102명이다. 교사 1명 당 450명 학생이 배당되는 셈이다. 교실 부족으로 하루 3부제 수업을 하고 있다. 교실 분위기는 군대처럼 엄격하다. 100명의 교사들이 수 천 명의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세워놓은 무서운 규율이 학교 곳곳에 시퍼렇게 서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있지만 질적 교육은 없는 듯 보인다. 그래서 일까? 고등학생도 덧셈, 뺄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구구단도 잘 외우지 못한다. 고등학생들이 덧셈을 손가락으로 한다. 딸라에서 영어는 먼 외국어이다. 딸라 아이들의 미래가 많이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 애로 사항들
지난 3년 동안 여러 선교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실패한 프로그램도 있었고, 진행은 되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던 프로그램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실수와 실패와 애로 사항들은 선교사로 하여금 좀 더 아래로 내려가서 필리핀 한센 선교를 다시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게 해주었다.

(1) 참된 그리스도인 세우기
첫 해 1년 동안은 성도들이 오직 기도, 오직 말씀, 오직 믿음만을 붙잡고 살아가도록 영적인 면에 치중했었다.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은 극히 절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물질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그럴 때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성도들의 대부분이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가정을 돕게 되면 거의 모든 가정을 동일하게 도와줘야만 했었다. 결국 거절에 대한 반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떠났다. 그래도 많은 성도들이 믿음 안에 머물게 되었다. 지금도 육에 속한 삶과 영에 속한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성도들이 많지만 그들도 곧 거듭난 삶을 통해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으로 본다.

(2) 필리핀 목회자의 헌신
한센병에 대한 두려움과 한센인에 대한 편견은 필리핀에도 뚜렷이 존재하고 있었다. 딸라 안에서는 그 두려움과 편견이 발견되기가 쉽지 않지만, 딸라 밖에 있는 세상은 달랐다. 딸라 선교를 위해서 필리핀 목회자를 밖에 찾았을 때 그들에게 딸라 사역은 말 그대로 “특수 선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시작할 때 믿음으로 해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들은 한센병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채 몇 개월 뒤에 짐을 싸서 떠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까지 1년 6개월 동안 함께 동역해오고 있는 세 번째 목회자 Rex와 Verna 전도사는 특별한 사역자들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변함없는 헌신과 충실함으로 필리핀 한센선교를 이끌고 나아가는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3) 훈련교재 부족
선교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사역 중에 하나는 일군을 양성하는 일이다. 딸라의 경우 교인 대부분이 초신자들이었다. 그들을 유능한 일군으로 세우는 일은 선교의 기초이며, 선교의 목적이 된다. 그러나 필리핀에는 교육교재나 훈련교재가 절대 부재, 절대 부족이다. 기독교서점에 가면 성경과 신학 관련 책들은 구할 수 있지만, 주일학교용 교재, 성경공부용 교재, 제자훈련용 교재들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지난 2010년 선교 사역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부분이 바로 교육교재와 훈련교재를 준비해서 리더들을 훈련시키는 일이었다. 기독교교육 교재와 제자훈련 교재 개발은 모든 필리핀 개신교회가 힘을 합해서 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4) 한국 선교사 필요
하나님의 은혜로 딸라교회는 이제 큰 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어린이 사역, 청년 사역, 노인 사역, 구제 사역, 가정교회, 딸라교회, 문화센타 (컴퓨터, 미용, 음악, 영어, 야학), 병원선교, 장애인선교 등등. 각각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마다 많은 식구들이 출입을 하고 있다. 선교사 한 가정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사이즈가 되었다. 함께 선교의 짐을 나눠질 수 있는 선교사 파송이 절실한 필리핀 선교지이다.

◉ 감사한 일
2010년에 가장 큰 기쁨은 자원봉사자와 신학생 배출이었다. 2010년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성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새벽부터 나아와 팔을 걷어붙이고 자원 봉사에 힘을 더해주었다. 이제 고정 자원봉사자만도 20명이 넘는다. 그들은 24시간 대기조처럼 언제든지 무슨 일이든지 봉사할 수 있도록 준비된 일군들이 되었다. 또 한 가지 감사한 일은 신학생들이 배출된 일이다. 현재 3명의 신학생들이 있고, 2011년 6월에 있을 신학대학 입학시험에 합격을 하게 되면, 딸라에서 신학생들이 추가로 배출되게 된다. 큰 기쁨이며 영광이다. 네 개의 자동차 바퀴가 아니라, 수 십 개의 열차 바퀴들처럼 앞으로 더 많은 신학생들이 배출되어 [아시아 한센 선교]를 이끌고 땅끝까지 힘차게 질주해 나아갈 수 있는 리더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2011년 새 선교 프로그램

(1) 장애인 선교의 전문화
매주 금요일 장애인 예배에 약 90명의 장애우들이 모이고 있다. 그런데 어린이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한 자리에 한번 모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선교가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 다운증후군, 뇌수막 환자 어린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장애인 별로 모여 전문 선교를 할 수 있도록 전문인 선교사 파송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2011년에는 좀 더 전문화 된 깔끔한 선교 프로그램들이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 교육 선교 집중

가. 검정고시학교 설립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중퇴한 사람들이 딸라에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필리핀에도 검정고시제도가 있다. 매년 2월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검정고시에 합격을 하게 되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딸라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해 주는 학교가 단 한 개도 없다. 그래서 딸라비전센타 안에 검정고시학교(Alternative Lerning System)를 설립하기 위해서 현재 딸라 초등학교 교장과 협의 중에 있다. 검정고시학교는 정부 프로그램으로 운영이 되며, 지역 학교장의 추천으로 세워질 수 있다.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는 장소를 제공하고, 문교부에서는 교재와 교사를 지원해주는 협력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딸라비전센타 안에 검정고시학교(ALS)가 설립되면 뒤늦게 배움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나. 평신도 신학교 설립
2011년 2월부터 평신도를 위한 신학교 “두란노성서학교(Tyrannus Bible School)”가 개강된다. 1년제 3학기 과정으로 진행이 되며, 3학기 동안 9과목을 이수하게 된다. 전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을 하게 되면 평신도 목회자로 세워 더 많은 가정교회를 개척토록 하고 전도의 일을 맡기려고 한다.

◉ 정착촌 설립 계획 무기한 연기
3년 전 필리핀 한센선교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비전 중에 하나는 한국에 있는 한센정착촌 마을과 같은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비전은 일단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첫째는 딸라에는 정착촌을 세울만한 부지가 없다. 둘째는 딸라 밖에 정착촌을 건립한다 할지라도 한센인 16,000명과 그들의 가족 전부를 출애굽시킬 수는 없다. 그들 중에서 몇 가정만 선별해서 이주를 시킨다면 부작용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는 정착촌 건립 프로젝트나 생계 자립 프로그램을 위한 필리핀 정부의 보조나 협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센인에 대한 의료 혜택, 최저 생활비 보조 혹은 노인 복지 정책마저도 전무한 상태이다. 즉 정착촌을 개발할 경우 그 모든 경비를 선교부가 100% 감당해야만 하는 숙제가 있다. 넷째는 지난 3년 동안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볼 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 정착촌부터 갖게 되면 물욕 때문에 조만간에 재산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다섯째 이유는 자립정신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몇 사람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작은 액수를 후원해 보았다. 그러나 그 [종자돈]마저 너무도 쉽게 먹어버리고 다시 손을 내미는 사례가 많았다. 반드시 일어서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열정과 끈기와 오기와 근성을 찾아 볼 수 없었기에, 정착촌 설립 계획은 무기한 연기토록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 미래 사역자 딸라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산아제한을 법적으로 할 수 없는 필리핀은 한 가정 당 평균 3.6명의 자녀를 출산하고 있다.(2010년) 한국은 1.2명(2010년)으로 세계 최저 출산 국가이다. 필리핀 인구분포도를 미리 보면 향후 30년 후에는 필리핀 인구의 30%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인구로 채워지게 된다. 10년, 20년 후 미래 어린이 청소년 선교를 이끌고 나아갈 리더들을 지금부터 준비시켜야만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미래 청소년 사역자 후보로 한센인 자녀들을 선택해서 훌륭히 양육코자 한다. 그래서 지금 딸라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내일의 선교 희망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한센인을 향한 필리핀 정부의 정책 변화와 딸라한센마을의 자체 변화를 주시하면서 선교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에 대해서 깊이 묵상하고 있다. 이미 완치가 된 장년 한센인들을 위한 사회 복귀 프로그램, 기술학교 프로그램, 사업 개발 프로그램, 정착촌 설립 프로그램들이 선교 초기에 고려되었으나, 지난 3년 동안의 사역을 통해서 그 프로그램들은 대폭 수정되었고 혹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대신 총명한 한센인 자녀들을 조기에 발굴해서 그들을 잘 양육시킨다면 그들이 곧 한센인 부모들의 희망이 되고, 나아가 미래 한센선교를 짊어지고 나아갈 훌륭한 차세대 리더들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 비전을 위해서 선별된 한센인 자녀들이 함께 합숙하며, 학교 공부와 영적 훈련을 철저히 받을 수 있는 기숙사형 [비전스쿨 Vison School] (가칭)를 세우는 일을 내년 2012년부터 시작해 볼 수 있는 선교 프로젝트로 고려하고 있다.

나아가며....
지난 3년 동안의 딸라 사역은 기대했던 그 이상의 결실을 얻었고 동시에 가능성이 높은 일군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외부의 도움 없이 우리 스스로 큰 일들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2011년 선교의 초점은 예년과 동일하게 “제자 세우기”에 맞춰지게 된다. 2011년도 평신도 신학교 사역을 통해서 장년부에서도 훌륭한 추수꾼들이 배출되기를 소망해 본다. 또한 주일학교 사역, 문화센타 사역, 검정고시학교 사역을 통해서 어린이, 청소년, 청년 사역들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 모든 사역들이 힘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도와 물질적 후원이 필요하다. 특별히 함께 동역할 수 있는 한국 선교사의 파송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 계속적인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리고 싶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말세에 내가 내 영으로 모든 육체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사도행전 2:17)